엔젤라 더크워스 지음 (비즈니스북스)
그릿이란
초등학교 4학년쯤 단짝이 생겼다. 엄마들끼리도 친해서 자주 만났고 만날 수록 이야기가 참 잘 통했다. 그 친구와 있으면 연필만 굴러가도 깔깔 웃을 정도로 즐거웠다. 그렇게 중학교에 같이 진학했고 계속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학교 공부 이야기만 나오면 어느 순간 둘 다 예민해졌다. 그 친구는 나에게 항상 넌 머리가 좋아서 좋겠다고 부러워했다. 내가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데 성적이 잘 나오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 친구는 스스로 아이큐가 평균이어서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나를 경계하는 친구가 점점 부담스러워져 고등학교 때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런데 부담스러움도 있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우쭐했다. 사이가 소원해지긴 했지만 같은 학교여서 소식을 듣자 하니 그 친구는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그 불굴의 투지 공부법으로 전교 10등 안에 들었다고 했다. 그에 비해 나는 입학성적은 그 친구보다 좋았지만 점점 성적이 떨어지고 있었다. 물론 내가 공부를 덜 한 것이 실패의 이유였지만, 그 뒤에는 난 머리가 좋으니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나 나나 지능적인 차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의지와 끈기 정도의 차이가 우리의 결과를 갈라놓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책에서 그릿은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라고 설명한다. 결국 그 친구는 그릿을 가진 아이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곧잘 탁월한 기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하며 천재라고 칭송한다. 그 천재가 노력해온 과정은 궁금하지 않은 채 결과만 바라보고 재능으로 치부해 버린다. 저자는 이것을 수식으로 나타낸다. 성취 = 재능 × 노력 ² 재능은 노력하지 않을 때는 잠재력에 불가하다. 노력할 때만이 재능이 빛을 발하며 기량이 결실이 될 수 있다.
그릿을 기르는 4가지 단계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다행히 그릿은 수학이나 악기를 배우듯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그릿을 가진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일정한 순서로 발달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 당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길 때 열정이 시작되는 관심. 두 번째, 관심 분야가 생기면 관심을 발전시킨 다음 마음을 다해 집중하고 기술을 연습하며 난관을 극복하면서 숙달시켜야 하는 연습. 세 번째, 개인적으로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다른사람의 안녕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을 찾아내는 목적. 마지막으로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끈기라고 할 수 있는 희망의 단계이다. 이 과정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 어떤 사람도 그릿을 길러나갈 수 있다. 그러나 첫 번째 단계부터 사실 막막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 특별히 관심 있는 것이 없어요라고 말할 것이다. 나도 그렇다. 이 책에서는 직접 시험해보지 않고는 이것이 관심사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처음 관심사를 발견해도 종종 모르고 넘어가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이것이 나의 열정의 대상인지 확인하는 것은 조급한 행동이다. 현실적으로 초반 관심은 모호해서 사그라지기 쉬워 장기간 동안 다듬어야 한다. 이런 시기에는 주위의 격려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좋지만 새로운 일을 끊임없이 시작하고 하나에 정착을 못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관심사를 심화시키는 것도 그릿의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찾거나 격려해 줄 수 있는 멘토를 찾아 인내심을 가지고 관심사를 계속 파헤쳐야 한다. 시간만 때우는 연습은 성장할 수 없다. 목표를 설정하고 도달하기 위해 집중하며 고쳐야 할 부분에 더 관심을 가지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높은 목적의식 기르는 방법에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미칠 긍정적 기여, 작아도 의미 있는 변화를 주어 자신의 핵심 가치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 목적이 확실한 롤모델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일이든 시련을 맞이할 것이다. 이때 낙관적 사고방식, 즉 성장형 사고방식을 통해 그릿을 강화하여 스스로에게 희망을 가르치는 법을 터득한다.
아이들의 그릿 키워주기
내가 이책을 읽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아이의 그릿을 키워주고 싶어서였다. 첫째 아이는 승부욕이 있는 아이라 자신이 시작한 일은 무엇이든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아직은 어려서 놀고 싶은 마음도 커서 매일 갈등 속에 살고 있다. 그 또한 아이가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부모로서 지혜롭게 아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책에는 두 가지의 양육방식을 비교한다. 첫 번째 예시는 미시 축구 선수 스티브 영의 부모의 이야기다. 아이에게 엄격하게 대했지만 이기심이 없는 사랑으로 일관했다. 그것을 엄격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어휘 자체가 모순 같아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엄격하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단, 자식을 통제하기 위한 엄한 사랑이 아니라 부모의 이기심이 없이 진심으로 아이의 성공을 응원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가족은 영국 스탠드업 코미디언 마르티네스이다. 두 살 때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마르티네스는 사실 코미디언이 되기에는 다른 사람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네 꿈을 좇으라고 지지해주며 어떠한 압박도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허용적인 부모의 전형으로 보이나 이 부모들도 예의범절이나 상식은 엄격하게 가르쳤다고 한다. 지지하는 부모와 요구하는 부모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 모두 균형을 이루며 자녀의 관심을 가장 중요시하는 자녀 중심의 현명한 양육방식을 권한다. 또한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사람이 꼭 부모일 필요는 없다. 주변의 선생님이나 멘토가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한 방법으로는 특별활동을 시작할 것을 권한다. 그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과업 완수를 위해 특별활동을 통해 목적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아이들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그릿을 기를 수 있다. 저자의 가족들은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 규칙을 만들어 가족 모두가 어려운 일에 도전한다. 부모도 함께 하며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릿을 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마음의 근력이 탄탄하게 쌓여 자기가 원하는 일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도 그중 한 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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