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하우절 지음 (인플루엔셜)
당신은 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은 떡방앗간을 운영하셨다. 부지런하신 아버지와 음식 솜씨 좋은 어머니의 합작으로 비록 빚으로 시작한 가게였지만 나중에는 꽤나 유명한 떡집이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30-40대의 부모님은 쉬는 날 없이 바쁘게 일하셨고, 일요일 아침에서야 일이 끝나면 그 피곤한 몸으로 나와 동생을 데리고 근교로 나가 우리의 추억 쌓는데도 열정을 다하셨다. 30대가 되고 나의 자식이 생기고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셨는지 나는 그렇게 하지도 못할 큰 일을 해내셨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사업이 번창하고 조금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고 우리의 형편은 계속 좋아졌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의 노후는 걱정도 아니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게 계속 좋을 수는 없었다. 하던 사업이 장기적으로 안 좋아지고 아버지는 건강이 악화되시더니 결국 생을 마감하셨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아버지 평생을 고생만 하다가 눈 감기 전까지 돈 걱정만 하고 가셨기 때문이다. 왜 내가 좀 더 일찍 아버지를 도와드리지 못했을까 아직도 후회스럽다.
하지만 나에게는 남겨지신 어머니가 있었다. 그냥 넋 놓고 있을 수 없었다. 남겨진 빚과 어머니를 도와야 했다. 앞이 깜깜했다.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평생을 열심히 사셨는데 남은 것은 빚뿐이라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팠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는 돈에 쫓겨 살지 말아야겠다고.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도 아이들 키우며 사는 대한민국 평균 국민일 뿐인데 어찌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는가. 오르는 물가에 아이들 교육비며 매달 빠듯하게 굴러가고 있다. 나는 돈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왜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게도 척척 붙는 돈이 유독 나에게는 힘든 것인지 돈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 싶었다. 제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독서다. 돈 관련 여러 책을 검색하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돈과 심리학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 모건 하우절은 전 월스트리저널 기자로 유려한 글솜씨와 통찰력으로 금융과 재정에 대한 다양한 글을 블로그, 트위터에 올려 수많은 열성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중 '돈의 심리학'이라는 보고서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이것을 더욱 확장하여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책이다.
부의 정의
우리는 어떤 사람을 보고 부자라고 생각할까? 내 주변에 좋은 차를 끌고 다니고 명품 옷을 입고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며 좋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난 부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바꾸지 않았을 때 금전적 자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자산가인 사람도 많고, 백만장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파산 직전의 벼랑 끝에 있는 사람도 있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영어 속담처럼 겉모습으로 부자를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사실 시각적으로나 현란한 말들에 속아 넘아갈 때가 많다.
앞서 리뷰한 '부의 추월차선'에서는 지출의 통제보다 우선이 소득의 증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소득과 저축률의 중 후자가 더 중요하다가 말한다. 모건 하우절이 말하는 부는 벌어들인 것을 쓰고 남은 것이 축적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높지 않은 소득자도 부를 쌓을 수 있지만, 저축률이 높지 않은 사람은 부를 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두 저자는 부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들의 차이가 책을 읽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누가 맞는지는 읽는 사람들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소득의 증가가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한 표이다. 하지만 소득의 증가만큼 중요한 것이 저축이라는 데도 완벽하게 동의한다. 갑자기 찾아온 절호의 투자 기회를 잡으려면 저축은 필수이다. 두 책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 나의 선택권을 더 많이 갖는 것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은 제각각이지만 하루는 24시간 평등하게 가지고 있다. 돈은 당장 내 마음대로 안되지만 시간은 우리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 충분히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돈에 대한 보편적인 진실 몇 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솜씨에도 감탄했지만, 책의 구성을 보면서 또 한 번 감동했다.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작가의 돈을 바라보는 시각에 감탄하여 이 책을 빨리 읽게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깔끔하게 총정리를 해준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마지막 story19만 읽는 것도 추천한다. 난 책을 읽고 그 책의 감동을 다른 사람과 나눌 때 기쁨을 느끼는데 안타깝게도 나의 남편은 책을 읽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짧은 총정리를 누워있는 남편에게 읽어 주었더니 이 책은 아직까지 잘 기억하고 있다.
행운과 리스크의 실재를 존중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사항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번다고 해도 그 돈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미뤄두지 않으면 부는 쌓이지 않는다. 돈을 관리하는데 있어 밤잠을 설칠 정도로 투자하는데 신경이 쓰인다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투자를 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은 시간이다. 시간을 보는 눈을 넓혀야 한다. 그 외에도 저축하기, 실수에 대비하기, 리스크를 좋아하기 등으로 더 나은 금융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는 교훈들이 있다.
책에서는 단순히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내가 돈을 대할 때의 태도에 대해서 얘기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얘기해 주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커서 경제 활동을 시작할 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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