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외 지음 (더퀘스트)
누구나 퇴사준비생이 된다
이 책의 제목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시선을 사로잡을만하다. 나는 이 책을 보기 전까지 퇴사준비생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 잘 살아남아 남들 할 때 같이 승진하고 조금 더 오래 버텨 봐야겠다는 생각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존경하던 팀장님께서 면팀장이 되고 평직원으로 돌아오면서부터 나의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지만 팀장님 정도면 똑똑하고 젠틀하고 부하직원 관리도 잘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인지 팀장님의 위기는 나에게 더 크게 와닿았다. 사장 포함 회사 직원 누구든 이 회사에서 끝은 있겠구나. 그리고 이 회사를 내가 먼저 나오지 않는 이상 그 끝이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 생각했다. 이 회사를 나간 다음을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즈음에 만난 책이 바로 '퇴사준비생의 도쿄'이다. 이 책의 서두에서 설명하듯이 퇴사 장려 목적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퇴사라는 마지막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여 자신의 삶을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쓰인 책이다. 그러니 퇴사를 준비하는 것은 단지 회사 생활을 마친 후의 삶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는 현재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현재 나는 퇴사준비생이 아닌 퇴사자가 되어버렸다. 분명 회사를 다닐 때는 시간에 쫓기며 사는 삶에 지쳐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삶 안에서만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직장인이라면 아마도 지친 삶에서도 지금의 기회를 발견하고 회사 생활을 통해 경험하고 이루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이지 파악해서 나만의 실력을 쌓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도쿄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회사생활을 할 때 퇴사 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회사 생활이 끝난 후에는 생계를 꾸려나갈 실력이 필요하다. 그 다양한 실력 요소 중 사업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갖추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로 경제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적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 왜 도쿄를 선택하였을까. 선진도시를 벤치마킹하여 미래를 볼 수 있는데 도쿄는 트렌드를 선도하면서도 업의 본질과 기존 사업 모델에 대한 재해석, 그리고 장인정신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전통과 미래를 넘나들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5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벤치마킹에 주력하였다. 발견, 차별, 효율, 취향, 심미이다.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경쟁자들과 차별화시키며, 효율적으로 운영하여야 한다. 그리고 고객의 취향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심미성을 추구한다면 시간의 흐름 또는 지역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변치 않는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저자가 오랫동안 사업적으로 도쿄를 읽어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책 곳곳에 남아있다. 어떤 사람은 그냥 멋있다고 생각하고 돌아올법한 도시에서 이렇게나 구체적으로 진심을 다해 관찰하고 고민하여 엄선한 스물다섯 곳의 목적지들을 구성했다. 단지 트렌디한 핫플레이스는 제외다. 실제로 가보지 못했지만 책으로 그곳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 책을 읽는 시간 동안 여행과 사업 인사이트까지 얻을 수 있는 가성비 제대로 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뒤에도 변치 않은 것
책에 소개된 모든 곳이 나에게는 특별했다. 책을 읽는 내내 나중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첫 번째 키워드 '발견'에서는 쌀가게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아코메야'가 소개된다. 일본 라이프 스타일의 선두주자인 사자비 리그는 유행을 앞서가는 것만 아니라 일본 본연의 문화도 라이프 스타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쌀에 주목했다. 그래서 쌀을 태마로 만든 다이닝 라이프 스타일 매장이 이코메야이다. 이곳은 쌀만 취급하지 않고, 식품, 사케, 조리기구, 주방 요품 등 9개 카테고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2~3인분 소량 단위로 포장해 판매하며 재배 지역과 방식에 따라 20여 종류의 쌀을 판매한다. 또한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정미를 현장에서 진행하며 정미도별로 밥 짓는 가이드라인까지 제공한다. 이러란 쌀이라는 아이템을 바로 보는 관점을 소재를 중심으로 바꾸어 상업 영역을 균형 있게 재배치하여 쌀의 소비량이 줄어드는 시대에도 쌀가게로 살아남을 수 있게 했다. 두 번째 키워드 '차별'에서 소개된 '이토야'는 100년이 넘은 문구점이다. 일본에서 가장 비싼 상권 긴자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문구점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제품을 판매하며 차별화시켰다. 수익을 내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건 고급화 및 전문화이다. 미래와 과거의 균형을 잡고 현재를 만들어 가는 이토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 번째 키워드 '효율'을 잘 보여주는 회사는 '니코니코 렌터카'이다. 보통의 렌터카들은 부지를 매입하여 운영하지만 부지를 가지고 있는 업자들을 가맹점으로 모집하며 비인기 중고차를 사용하여 렌터카 이용 가격을 저렴하게 만든다. 그 외에도 고객의 '취향'에 집중하는 '지브리 미술관'이 대표할 수 있으며, '심미'의 키워드에서는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디자인으로 문제 해결을 하는 넨도 디자인 등을 소개했다. 여기 소개된 곳 이외에도 인사이트를 주는 곳이 많으니 꼭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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