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필 지음 (책구루)
언어능력이 성적을 결정한다
초등학교 때를 돌아보면 학교에 한 명은 꼭 안경 쓰고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남들 다 노는 쉬는 시간에도 책을 펴고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집중해서 책을 읽었다. 그런 친구들은 참 어김없이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성인이 되고 술자리에서 옛날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초등학교 때까지는 반에서 3등 안에 들었다며 자랑스럽게 으스대는 사람들도 꼭 있다. 그래서 그 이후의 성적에 대해서 물어보면 웃으며 대답을 피하고 얼른 다른 주제로 돌려 버린다.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 없어 보이는 이 두 부류 사람들의 특징을 한꺼번에 설명해 주는 책이 바로 공부머리 독서법이다. 1장을 읽자마자 유레카가 터졌다. 공부를 곧잘 하였던 아이들도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일들이 부지기수인데, 그 이유가 우리나라 사교육 특성상 듣고 이해하는 방식에 아이들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학습하는 교과 지식의 양이 적기 때문에 듣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교과의 양이 늘어나니 모든 지식을 완벽하게 설명해 주는 게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사교육을 많이 받은 친구들은 읽고 이해하는 방식의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초등 때와 같은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사교육을 다 끊고 혼자 공부하라고 한다면 아이는 교과서를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중하지 못하고 진득하게 앉아 있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짜 공부는 뛰어난 언어 능력을 기반으로 공부에 할애된 시간 동안 스스로 하는 공부를 말한다. 그럼 뛰어난 언어 능력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바로 독서이다. 아이들의 성적을 가르는 것은 기초가 아니라 언어능력이다. 그리고 그 언어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서이다.
책 싫어하는 아이의 돌파구 찾기
그런데 학교, 학원 매일매일 바쁜 아이들에게 책까지 가까이해주려니 부모로서 너무 힘이 든다. 게다가 스스로 좋아해 주면 좋으련만 유튜브, 게임에 아이들에게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책은 지루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첫 번째로는 책이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식 도서가 아닌 쉽게 읽히고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동화나 소설 같은 이야기책이 적합하다. 간혹 이야기책은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행도 그 자체이다. 이것이 쌓여서 아이의 언어 능력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이야기책도 읽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야기책을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는 교과서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강제성이 있더라도 아이가 읽기에 익숙해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책에서는 1/3 독서를 추천한다. 도서의 초반 1/3만 매일 반복해서 엄마가 읽어준다. 단, 아이가 더 읽어달라고 해도 뒤쪽은 읽어주지 않는다. 앞부분을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아이가 도입부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리고 그 뒷이야기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후 40분 동안 아이 혼자 읽게 한다. 이렇게 일주일을 반복하는 형태다. 그리고 일주일의 마지막 날에는 핵심 질문은 던져 얼마나 이해했는지 파악한다. 여기까지는 저학년 초보 독서자를 위한 방법이다. 고학년과 청소년 아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당사자의 언어 수준에 맞는 책을 많이 읽는 레벨 독서법이며, 다른 하나는 연령 수준에 맞는 책을 이해할 때까지 읽는 반복 독서이다. 달라 보이지만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아이가 책을 읽고 내용을 독해하는 과정을 실행한다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숙련된 독서가가 되는 법
이야기 책을 통해 초보자 독서법을 몸에 익혔다면 이제는 지식도서를 시작할 수 있다. 이야기책은 작품을 통해 타인의 삶을 경험함으로써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독서라면, 지식도서는 세상을 이해하는 독서이다. 하지만 지식도서를 처음부터 읽기는 쉽지가 않다. 그 이유는 내가 아는 정보가 곧 지식이라 착각하고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호기심도 없다. 그러면 지식도서를 읽지 않게 되고 훈련이 안되어 있으니 재미가 없게 느껴진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지식도서 한 권의 읽기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어떤 위인이든 성장기를 살펴보면 그들은 거의 지식도서 다독가들이었다. 지식도서 다독가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책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읽는 활자중독형, 호기심을 쫓아 선형 독서를 하는 탐구형, 한 우물만 파는 특정 분야 전문가의 마니아형, 무언가를 배울 목적으로 책을 사용설명서처럼 여기는 활용형이 있다. 하지만 지식도서 다독 가는 강제로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아이를 이러한 지식도서 다독가가 되게 하려면 처음부터 지식도서만 들이밀어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어리다면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호기심 갖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개미가 왜 땅속에 사는지를 궁금해한다면 그 자리에서 정답을 말해주지 않고도 아이의 생각을 물어본 후 아이와 함께 개미 생태에 관련된 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어릴 때부터 이런 방법을 썼으면 참 좋았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 고등학생들의 상식을 걱정하는 부모라면 유아동용 전집 활용을 추천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 있는 유아동 전집들만 봐도 그림책으로 읽기 쉽게 되어있지만 내용은 핵심만 들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단기간에 언어영역을 끌어올리는 독서법에는 슬로리딩, 반복 독서, 필사, 초록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효과가 큰 반면에 강제로 시키면 부작용도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실행해야 한다. 단순히 책 많이 읽는 사람이 공부를 잘한다라고는 알고는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원리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상세하게 나와 있어 아이들의 독서나 공부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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